공유하며 꿈꾸다

당신이 주인공

늦가을에 찾아온 낭만소녀

전북 남전주새마을금고 고순옥 회원

A A A

고순옥 회원은 참 열심히 살았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3남매를 키우기 위해 식당을 운영해 온 세월이 무려 30여 년. 그 긴 시간의 수고로움을 알아준 건 번듯이 잘 자라준 3남매와 남전주새마을금고의 이영수 전무였다. 오늘의 메이크오버 주인공 고순옥 회원을 만나러 가을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한 예향의 고장 전주시를 찾아가 보았다.

이경희 – 메이크오버 총괄 및 사진 더뉴그레이

남전주새마을금고와 함께 지나온 시간들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인공인 고순옥 회원이 전주 한옥마을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남전주새마을금고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옆집 이웃처럼 친근한 인상과 막내 이모 같은 푸근한 표정에서 넉넉한 인심이 느껴진다.
“처음에 메이크오버에 선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고 당황했어요. 그래서 못하겠다고 했는데 전무님도 그렇고 금고 직원분들 모두가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냐고 강력히 권유를 하셔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스무 살 때의 순수함이 깃들어있는 미소로 고순옥 회원이 활짝 웃는다. 고 회원은 22살 꽃다운 나이에 결혼했지만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몸이 안 좋아 자리를 보전했던 남편을 돌보며 1남 2녀를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음식솜씨가 남달랐던 고순옥 회원은 먹고살기 위해,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식당을 차렸다. 그때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환갑이 훌쩍 지난 지금 뒤돌아보면 빛처럼 빠르게 흘러온 시간이다.
“우리 동구나무식당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오랜 단골손님들이에요. 처음 오셨던 분이 맛있다며 친구를 데려오고,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데리고 오고, 그런 식으로 단골손님들이 계속 만들어졌어요. 바깥양반이 세상을 뜬 지 20년이 넘었지만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애들도 가르치고 먹고 살 수 있었으니 제겐 정말 감사한 분들이죠.”
엄마 식당에서 심부름을 해주던 아이들은 어느덧 자라 모두 출가했고 그중 장남은 고순옥 회원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저를 가장 고생시킨 게 아들이었어요. 딸내미들은 얌전하니 잘 커줬는데 아들은 방황도 많이 하고 고등학교까지 중퇴를 해버렸지요. 저한테 맞기도 많이 맞았어요. 그런데 다행히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검정고시를 보더니 공대 전기과에 입학을 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열심히 일하면서 가정도 꾸려서 잘 살고 있습니다.”
고 회원은 이런 지난한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공제며 대출, 예·적금 등 삶에서 꼭 필요한 시기에 다양한 상품을 활용할 수 있었던 새마을금고의 힘이 컸다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을과 어울리는 여인으로 거듭나다
오랜 세월 식당에서 일을 해 온 고순옥 회원에게 멋내기란 아이들 결혼식 때 외에는 꿈조차 꾸기 힘들었다. 일하기 편한 옷, 빠르게 손질할 수 있는 짧은 머리를 고수했고, 공들여서 하는 화장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지금 받고 있는 고운 화장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착장에 어색하고 부끄러워했다. 머뭇거리는 고 회원에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도전해보겠냐며 모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사실 작년에 머리 혈관에 문제가 있어서 대학병원에 입원을 했었어요. 처음으로 20일 정도 식당 문을 닫았는데, 손님들이 병문안도 와주시고 걱정을 많이 해주셨지요. 그때 금고에 들어놓은 공제상품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게 어려운 일도 겪었는데 메이크오버 도전은 쉬울 거라고 독려하자 고 회원이 수긍의 미소를 짓는다. 여전히 곱고 하얀 피부 덕분에 메이크업이 수월하다. 너무 튀지 않은 색조를 사용해 세련되면서도 은은한 매력을 자아내는 화장을 끝내고, 태어나 처음 써보는 베레모에 어울리도록 머리도 자연스럽게 만져준다.
자, 드디어 오늘의 스타일이 완성됐다. 남색 셔츠 원피스에 베이지색 베레모와 단화, 어깨에 멋스럽게 걸쳐준 스웨터, 크로스로 맨 가방까지. 이제 막 가을에서 빠져나온 듯한 모습에 고 회원을 둘러싼 모두가 감탄을 감추지 못한다.
본격적인 촬영을 위해 가을 향이 가득한 한옥마을 거리로 나섰다. 햇살이 내리쬐는 한옥 담벼락에 기대고 찍고, 가을 억새가 멋스러운 공원에서 촬영을 이어가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선을 못 뗀다. 발걸음을 멈추고 “멋있어요!”라고 말을 건네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촬영 중간중간에는 손님한테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오늘 하루 촬영 때문에 가게를 잠시 맡기고 나온 건데도, 자신을 찾는 손님들의 목소리가 고맙고 반갑다.

알록달록 어여쁜 미소가 피어나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남전주새마을금고에서 고순옥 회원을 반긴 것은 커다란 꽃다발과 이영수 전무의 “30년은 젊어 보여요. 화가로 직업을 바꾼 거예요?”라는 환영사이다. 허동곤 이사장 역시 남전주새마을금고의 귀한 가족인 고 회원을 버선발로 반긴다.
“메이크오버의 취지가 일상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런 새로운 도전과 발견이 큰 기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아오신 고순옥 회원님께서 이제 자식들도 다 장성했으니 편하게 인생을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사연을 보냈어요.”
이영수 전무가 고순옥 회원을 생각하며 전하는 따뜻한 미소는 남전주새마을금고가 회원분들과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씀씀이와도 이어진다.
“70년 역사를 가진 저희 금고가 위치한 지역은 남부시장과 한옥마을이 있는 구도심이에요. 그러다보니 주변 소상공인들이 저희와 거래를 많이 해오셨고, 그분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꾸준히 이루어져왔지요. 저희에게 회원은 곧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이웃들을 위한 사랑의 좀도리운동, 소외계층을 위한 쌀 지원사업 등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어요.”
마침내 모든 일정이 끝나자 이영수 전무가 고 회원의 짐과 꽃다발을 살뜰하게 챙겨준다.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동구나무식당까지 직접 바래다주기 위해서다.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 금고까지 달려와 준 회원에 대한 고마움이 듬뿍 담긴 몸짓이다.

“제게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루였습니다.
처음 도전해본 스타일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언제 또 이렇게 멋지게 변신을 해보겠어요.
평소 제가 앞장서서 여행계획을 짜고 관광버스를 수배해서 단체 관광을 많이 다니는데,
다음 여행에는
오늘처럼 멋진 모습으로 다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서둘러 동구나무식당으로 떠나는 고순옥 회원의미소가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처럼 어여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