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게 즐기다

요리로 세계여행

아시아 3대 미식국가, 베트남
× 쉬림프 반쎄오

A A A

요즘 한국의 날씨가 베트남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드는 건 필자만이 아닐 듯하다. 후덥지근하고 습한데다가 갑자기 휘몰아치는 소나기까지. 이런 여름이라서 더 지치고 힘들지만, 잠시나마 베트남에 여행을 왔다는 상상으로 버티기도 한다. 필자에게 베트남은 길거리 음식과 야시장의 추억, 그 안에서 치열하지만 순박한 미소를 짓는 현지인의 따스함이 자꾸 생각나는 나라다. 프랑스 식민시절과 인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여러 나라의 식문화가 공존하며, 전 세계 제2의 커피 생산국답게 커피와 음료 문화도 발달되었다. 남북으로 긴 지리적 특성에 따라 지역별로 특유의 명물 음식이 전 세계 여행객들을 사로잡는, 아시아 3대 미식국가인 베트남을 소개한다.

글·사진 김현학(iamfoodstylist 대표, 푸드디렉터)

우리처럼 쌀이 주식이라 좋아
베트남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처럼 주식과 부식의 개념이 명확하고 쌀을 주식으로 먹는다는 것이다. 쌀을 이용하여 밥을 짓기도 하지만 주로 쌀국수와 반찬을 함께 먹기에 골목마다 즐비한 쌀국수 전문점을 볼 수 있다. 장마철에 생각나는 뜨끈한 국물과 해장으로도 그만인 쌀국수는 양지 쌀국수부터 똠양꿍 쌀국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쌀국수인 퍼(pho)를 비롯하여 쌀가루를 넓게 펴서 익힌 라이스페이퍼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쌀 가공품들이 무수하다. 볶거나 튀기는 요리가 많지만 기름을 적게 써서 맛이 순하고 담백하다. 밥은 꼭 국과 함께 먹는데 프랑스의 영향으로 게와 아스파라거스를 넣은 국을 즐겨 먹는다. 또한 우리네 액젓과 비슷한 베트남의 대표 양념인 느억맘소스가 감칠맛을 내는 데 한몫 한다.

외부 침략을 이겨낸 자부심의 나라
우리나라처럼 끊임없는 외부 침략이 있었던 베트남은 독립심이 있으며 외침을 이겨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이런 점은 우리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외세에 굴하지 않고 내 가족과 내 나라를 지켜낸 그들에게서 숨겨진 강단이 느껴진다. 남북으로 긴 형태의 지리적 특성은 음식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북부지역 출신 사람들은 근면하고 인내심이 강하여 호치민 주석 등 베트남 혁명가의 대부분이 북부 출신이다. 반면, 남부지역의 사람들은 풍부한 농산물 등 자연조건의 영향을 받아 개방적이고 낙천적이며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열대몬순기후로 북부는 짜면서 맵고, 남부는 약간 달고, 중부는 매운 요리들이 발달했다. 특히나 해산물이 풍성해서 해산물 요리뿐만 아니라 이들을 저장하고 발효시킨 생선소스, 간장, 해선장 등을 이용한 비교적 우리의 입맛에 맞는 요리들이 많다. 신선한 채소, 허브, 레몬그라스, 라임 등의 향신료와 불교식 채식을 하는 이들도 많다.

이것만 알아도 젠틀맨
베트남에서는 식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성찬이다. 축제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음식을 준비하는 의식적인 성격을 가지기도 한다. 육류 등은 식사 중에 자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요리 과정에서 잘려지므로 포크는 필요가 없으며 젓가락과 숟가락이면 된다. 또한 공동생활의 특징을 띄며 여러 사람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커다란 그릇에 담아 함께 먹는다. 이들은 밥그릇을 밥상이 아닌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식사를 한다. 대부분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고 숟가락은 국물을 먹는 데만 사용하며 반드시 엎어 놓아야 한다. 식사를 하기 전 “씬머이(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역시 식사에 대한 예의다. 국이나 탕에는 개인 숟가락으로 국물을 뜨면 안 되고 반드시 공용 국자로 덜어서 먹는다. 반찬을 뒤적거리는 것 역시 금물이며 밥을 씹으면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 우리네 밥상머리 교육과 비슷한 점들이 많다. 또한 젓가락으로 그릇 등을 두드리는 것 역시 불만을 표시하는 걸로 간주하기에 삼가해야 하며, 마지막 남은 반찬을 먹는 사람을 탐욕스럽게 여긴다는 말도 있다. 더불어 절대 생선은 뒤집어 먹지 않는다. 특히나 수상마을 사람들은 생선을 뒤집는 행위 자체가 배가 뒤집히는 불운과 이어진다 생각했다 하니 그들의 식문화 예절에 맞추는 센스 정도는 갖춰도 좋겠다. 예절은 내가 편한 대로가 아닌 서로에 대한 배려이자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단어로 기억하는 베트남 대표 요리들
베트남의 음식들을 접하다 보면 이름도 특이하고 무슨 뜻인지 잘 모를 때도 많다. 하지만 대표적인 단어 몇 개만 익혀도 대충 어떤 재료인지 어떤 조리 방식인지 이해하기 쉽다. Bun(분: 쌀로 만든 얇은 면), Cha(짜: 다진 고기), Pho(퍼: 쌀국수), Bo(보: 소고기), Cuon(꾸온: 굽다), Hua San(하이산: 해산물), Ca(까: 생선), Com(껌: 밥), Cua(꾸어: 게), Tom(똠: 새우), Heo(헤오: 돼지고기) 등의 단어다. 이 단어들로 음식을 유추해 보면, ‘분짜’는 쌀로 만든 얇은 면과 다진 고기를 주재료로 짭조름하게 구운 고기, 쌀국수, 채소들을 육수에 적셔서 먹는 요리이다. ‘퍼보’는 소고기 쌀국수, ‘퍼가’는 닭고기 쌀국수, ‘퍼헤오’는 돼지고기 쌀국수를 의미한다. 이처럼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다양해지니 로컬식당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 몇 개만 기억하면 큰 모험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튀기는 소리를 닮은 쎄오, 반쎄오!
반쎄오는 Bahn(반: 빵)과 Xeo(쎄오: 큰 냄비에서 튀김할 때 나는 소리)를 의미하는데, ‘쎄오쎄오쎄오’라고도 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튀긴 요리를 뜻하며 우리네 빈대떡과 비슷한 느낌이다. 원하는 재료들을 넣어서 바삭하게 튀긴 전병을 먹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감칠맛 나는 느억맘소스나 칠리소스를 찍어 먹으면 입도 귀도 즐거워진다.
길거리 노천 식당에서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듯한 프라이팬 수십 개에 쉴 새 없이 반죽을 두르고 안에 원하는 재료들을 토핑해서 지글지글거리는 기름에서 후다닥 구워 접어서 채소들과 함께 내준다. 우리네 김치가 집집마다 다른 것처럼 베트남의 반쎄오 역시 지역마다 맛집마다 비밀 레시피들이 존재한다. 특히나 맛있는 집은 반죽이 핵심 비법인데, 도정한지 얼마 안 된 쌀과 옥수수가루, 코코넛 밀크를 함께 섞어 향긋하면서도 바삭바삭한 반쎄오를 만든다. 거기에 버섯, 새우, 고기, 숙주, 코코넛, 콩, 바나나, 파인애플, 허브 등 원하는 재료들을 잔뜩 넣어 만들어낸다.
특히 베트남이나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소스나 요리들에서 다양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인데, 느억맘소스 역시 고추, 망고, 당근, 무, 설탕, 레몬이나 라임까지 넣어서 짠만, 단맛, 신맛 등 다채로운 향과 맛을 내는 소스다. 여기에 바삭하게 튀겨진 반쎄오를 푹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다른 듯 익숙한 그들과 우리의 맛
우리에게 잔치국수가 있다면 베트남엔 쌀국수가 존재하고, 우리에게 빈대떡이 있다면 그들에겐 반쎄오가 있다. 다른 듯 익숙한 이 맛들은 이미 우리에게 아주 깊숙이 전해져 있다. 해장을 할 때도 뜨끈한 국물의 쌀국수를 즐기는 세대가 늘어나고, 동남아의 향신료 그대로 로컬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즐비하다. 이렇듯 세계의 식문화는 서로에게 다양한 경험과 맛을 전수하며 발전해가고 있다. 어쩌면 음식이란 게 이런 매력이 있어서 좋은지 모르겠다. 그들의 음식 속에 담긴 이야기와 추억들을 온전히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을 통해서 정서적인 교감은 충분히 가능할 테니 말이다. 베트남 현지에서의 맛까지는 아니지만 오늘은 베트남의 반쎄오를 만들며, 빗소리와 함께 운치 있게, 혹은 뜨거운 더위와 함께 방구석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쉬림프 반쎄오

재료(1인분 기준)
반쎄오가루 1/2컵, 얼음물 1/2컵, 칵테일새우 4마리, 숙주 1줌(80g), 부추 1줌(5g), 맛술 3큰술, 다진마늘 1큰술, 라임 1/2개(라임즙 대체가능),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만드는 법

❶ 숙주는 깨끗하게 씻어주고 부추는 4cm 길이로 썰어준다.

❷ 칵테일 새우는 기름을 두른 팬에 다진 마늘, 소금, 후추를 넣고 볶은 후 라임즙을 뿌려준다.

❸ 반쎄오가루와 얼음물을 1:1 비율로 섞어묽은 반죽을 만들어준다.

❹ 팬을 예열한 후 반죽을 얇게 펴주고, 반죽이 90% 정도 익었다면 손질한 재료들이 반죽의 절반가량을 덮을 정도로 올린 후 덮어준다.

TIP
• 취향에 따라 바나나, 파인애플을 구워서 넣어도 좋다.
• 고수나 땅콩소스를 곁들여도 그만이다.